<앵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에 떠도는 허위 조작 정보를 심의해서 차단하는 일도 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위원회 구성이 넉 달째 미뤄지면서 가짜 정보 때문에 피해 보는 사람도 늘고 있습니다.

김기태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인천에서 20년째 산부인과를 운영하는 의사 이환견 씨.

최근 인터넷에 초음파 진료 금액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쓰고 '비싸게 받는 병원'이라며 거짓 비방하는 글이 올라와 피해를 입었습니다.

[이환견/의사 : 환자 수가 많이 급감했고요.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는 젊은 환자들이 대폭 줄었습니다.]

거짓글 차단 여부를 따져달라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했는데 방심위에서는 "5기 방심위 구성 지연으로 당분간 논의가 어려우니 기다려달라"는 답이 돌아왔습니다.

한 달째 기다리던 이 씨는 경찰에도 수사를 의뢰했지만 아이디나 닉네임 등 익명글 작성자를 찾아내려면 역시 방심위를 거쳐야 합니다.

[이환견/의사 : 정부에서 이걸 방치하고 있어서 저처럼 피해를 보는 업체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고.]

모두 9명의 방심위원들은 지난 1월 29일 3년 임기를 마쳤는데 후임 위원 추천을 놓고 여야 정치권이 눈치 싸움을 벌이면서 넉 달째 공백상태를 빚고 있습니다.

그 사이 처리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통신심의 관련 민원이 무려 7만 건, 특히 삭제를 심의해야 할 디지털 성범죄 정보만도 3천 건이 넘습니다.

방심위 측은 "국내 서버를 통해 유통된 디지털 성범죄 정보 2천여 건은 업체 스스로 삭제하게 했다"고 밝혔지만 해외 서버로 퍼진 성범죄 정보는 방치되고 있는 겁니다.

4기 위원회도 7개월 지각 출범하는 등 업무공백이 반복되는 만큼 후임 방심위원 추천 시한 등에 대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 영상편집 : 김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