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산림 자원을 효율적으로 가꾸기 위해서 산에 낸 도로를 '임도'라고 합니다. 임도는 특히 산불이 발생했을 때 불이 더 확산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방어선 역할을 하는데요, 우리나라에는 이런 임도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입니다.

홍승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과 경북 울진의 경계를 이루고 있는 해발 999m의 응봉산.

수목이 울창하고 계곡과 폭포 등 경관이 수려해 한국의 100대 명산으로 꼽히지만, 이번 울진 산불 때는 화마 그 자체였습니다.

800여 대의 헬기가 동원됐지만, 험한 산세로 불줄기는 계속 뻗어나갔습니다.

[최병암/산림청장 (지난 11일) : 돌산입니다. 자갈산이에요. 다른 산의 3배의 물을 쏟아부어야 같은 효과가 나는 굉장히 어려운 지역입니다. 또 산세가 험해서 인력 접근이 제한되기 때문에….]

진화장비 투입도 어려웠습니다.

응봉산 곳곳에는 이처럼 불탄 흔적이 가득한데요, 임도가 없어 차가 진입하지 못하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반면 2년 전 임도를 만든 인근 소광리는 상황이 달랐습니다.

이곳은 화재 피해를 입었던 금강송 군락지 인근의 임도인데요.

한때 불길이 이곳까지 내려왔지만, 임도가 불길을 막는 일종의 방화선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신재수/국립소광리생태관리센터장 : 야간 진화 작전에 들어가면 지상 인력이나 장비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임도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전국 산림의 임도 밀도는 1ha당 평균 3.81m로 독일과 일본 등 임업 선진국보다 턱없이 낮은 수준입니다.

이번 산불 피해 지역인 강원과 경북은 전국 평균에도 못 미칩니다.

[이요한/영남대 산림자원학과 교수 : (임도를) 어떤 (환경) 파괴적인 활동으로 이해하실 수도 있는데 길을 내지 않으면 병해충이나 산불처럼 재해가 있을 때 관리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헬기에 물 공급이 가능한 저수댐도 더 지어야 합니다.

현재 전국 국유림 내 헬기 취수가 가능한 저수댐은 22곳뿐입니다.

[울진소방서 소방대원 : 사방 저수지라든가 이런 게 없으면 사람이 거주하는 가구까지 다시 내려와서 개울물을 퍼야 하니까 굉장히 어렵습니다.]

불에 탄 산림을 원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는 수십 년이 걸립니다.

산림 상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산불 진화와 산림 가꾸기에 필요한 임도와 저수댐의 확충이 시급합니다.

(영상취재 : 정경문, 영상편집 : 최진화·이소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