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가해자들에게 피해자는 어떤 존재였을까?

10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친구의 이름으로 -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의 진실'이라는 부제로 마포 오피스텔 감금 살인 사건을 조명했다.

지난 6월 13일, 마포구의 한 오피스텔에서 20대의 민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그의 친구 안 씨의 신고로 출동한 구급대원과 경찰들은 민준 씨가 사망한 모습을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위급했던 구조 현장은 곧 살인 사건의 현장으로 뒤바뀌었다.

좁은 화장실에서 알몸으로 숨진 민준 씨의 손목과 발목에는 결박의 흔적이 남아있었고 몸 이곳저곳에는 크고 작은 멍 자국과 상처가 발견됐다. 그리고 변기 물탱크 위에는 맨밥 덩이와 소량의 물이 담긴 종이컵 두 개를 발견됐다. 더 충격적인 것은 민준 씨의 사인은 심각한 폐렴과 영양실조였던 것.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정상 체중이었던 그는 사망 당시 34kg이었다. 법의학자는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있을 수 있나 싶다. 장기간의 기아 상태다. 7~8일 굶겨서 이렇게 안 된다. 외부에서 영양 공급을 분명히 제한하고 굶기기 이런 고문 같은 행위가 자행된 것이 아닌가 판단된다"라고 소견을 밝혔다.

또 다른 전문가도 "우리 현대 사회에서 산업화된 나라에서 이렇게 절대적 기아사는 없다. 영양 공급을 강제적으로 중단한 사람들에 의해 강제적 결박까지 있었으니, 이렇게 묶이면 호흡 운동이 원활하지 않다. 그래서 얕은 호흡을 하면서 침은 많이 분비가 되고 그것을 삼키고 이것이 흡인성 폐렴으로 오게 된다"라며 "그들의 행위로 인해서 사망한 것이 정확하다"라고 분석했다.

고통 속에 죽어간 스물두 살의 청년 박민준을 살해한 범인은 민준 씨의 고등학교 동창이자 유일한 친구였다는 김 씨와 또 다른 피의자 안 씨는 김 씨와 친구 사이였다. 평범한 친구 사이로 보이는 이들 사이에서는 왜 이런 비극이 발생했을까?

이에 제작진은 세 사람이 살고 있던 오피스텔의 주민들을 만나 이들에 대해 물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민준 씨를 제대로 기억하는 이는 없었다. 그리고 이 이유는 경찰 수사 결과 밝혀졌다. 피의자들은 외출할 때 민준 씨를 결박한 뒤 집을 나섰던 것.

이어 제작진은 지난 8월 이들이 살았던 영등포구의 오피스텔 주민들과 관계자들을 만났다. 해당 부동산 중개업자는 이사 당시 김 씨와 안 씨의 이사를 도와주러 왔다는 친구들 중 유독 눈길을 가는 이가 있었다고 했다. 체격이 왜소한 친구가 김 씨와 안 씨의 강압적인 명령을 묵묵히 따르며 집구석 구석을 청소했었다는 것. 또한 이 원룸을 방문했던 한 수리 업자도 안 씨와 김 씨가 민준 씨를 괴롭히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그리고 해당 건물 관리인은 민준 씨를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는 "맨날 똑같은 옷 입고 다니는 것 같았다. 라운드 반팔티. 추울 때도 그것만 입고 있더라. 쌀쌀할 때도 패딩 입고 다니는 걸 못 봤다. 다른 친구들은 다 롱 패딩을 입고 다녔다"라고 했다. 그리고 그는 세 사람 사이에 벌어진 일에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는 피의자들에 대해 "인사도 잘하고 붙임성도 있고 그랬다"라고 했다. 안 씨의 대학교 동기들도 그가 피의자라는 사실에 충격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가 친구라며 민준 씨를 소개하기도 했다며 "같이 만났는데 상하 관계가 보이는, 수평 관계는 아니었다"라고 증언했다.

지난해 11월 4일에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서 음료를 먹다 들킨 민준 씨가 경찰에 인계됐다. 당시 그를 목격한 편의점 점주는 "얼굴에 피멍도 들어있어 보이고 상처도 많았다. 밥을 먹었냐니까 안 먹었다고 하더라. 그래서 먹고 싶은 거 다 먹으라고 했다. 가정 폭력 피해자인가 보다 싶어서 처벌은 안 하고 경찰에 인계했다"라고 말했다.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들도 뭔가 석연찮은 상황인 것을 감지했다. 당시 현장에 출동한 파출소 관계자는 "11월인데 반팔을 입고 있고 그러니까 데리고 왔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리고 경찰은 그 무렵 한 달째 아들을 찾고 있던 민준 씨의 아버지와 연락이 닿았다.

그의 아버지는 "작년 7월 22일에 내가 카드를 줬다. 그런데 그 카드를 들고 기차 타고 서울로 올라갔다. 성인이니까 혼자 살겠다는 식으로 말했다"라고 밝혔다. 그리고 민준 씨는 열흘 만에 다시 돌아왔고 김 씨와 안 씨가 영등포로 이사할 무렵 다시 서울로 향했다. 이후 가출과 귀가를 반복하다 지난해 10월 가족들과 연락을 끊고 다시 가출했다.

당시 아들을 찾기 위해 김 씨에게 연락을 했던 아버지. 하지만 김 씨는 잘 모르겠다는 답만 했다. 그리고 아버지는 민준 씨가 두고 간 휴대폰으로 음식 배달 어플에 반복해서 등장한 주소를 확인했고 그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문을 연 것은 낯선 이였다. 그리고 그는 민준 씨를 알지 못한다고 했다. 이어 아버지는 민준 씨에 대한 가출 신고를 했지만 이틀 뒤 해제됐다. 이에 경찰은 "본인은 서울 친구 집에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해서 아버지께 연락을 드렸고, 신고를 해제해달라고 해서 해제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민준 씨는 가출 신고 17일 뒤, 집을 나간 지 한 달 만에 편의점에서 음료수를 훔쳐 마시다 발견된 것이었다. 아들을 만나자마자 병원으로 향한 아버지. 민준 씨는 오른쪽 턱뼈가 골절되어 있었고, 갈비뼈 등 다발성 골절이 일어나 있었다. 6주 진단을 받은 민준 씨는 그제야 서울에서 있었던 일을 고백했다. 집요한 김 씨와 안 씨의 협박에 서울로 올라간 뒤 이유로 모른 채 수차례 구타를 당했다는 것. 또한 그의 아버지가 영등포를 방문했을 때도 그는 김 씨와 함께 화장실에 숨어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민준 씨의 아버지는 김 씨와 안 씨를 상해죄로 고소했고 이후 민준 씨는 평범한 일상을 보냈다. 그런데 지난 3월 다시 민준 씨가 사라졌다. 민준 씨는 울산에서 취업을 한다며 집을 나갔다. 하지만 그가 향했던 곳은 울산이 아닌 서울이었다.

제작진은 민준 씨가 울산에 함께 취업을 하러 간다고 밝힌 고등학교 동창 차 씨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자 그는 민준 씨가 군대 전역한 뒤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다는 것. 그리고 김 씨가 민준 씨의 행방을 물어 학원 가는 시간을 알려줬고 이후 김 씨가 민준을 데려갔다고 했다. 또한 민준 씨의 아버지에게서 연락이 왔을 때는 김 씨의 부탁에 의해 민준 씨와 같이 있는 척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행동에 대해 차 씨는 김 씨가 민준이 노트북을 부수고 도망갔다며 도와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도움을 준 것뿐이라고 했다. 김 씨의 아버지도 아들이 민준을 결박하고 감금한 것은 집안을 어질러서 그런 것이고 안 씨와 범행을 저지른 이유는 노트북 때문이라고 했다며 그 말을 철석같이 믿고 있었다.

그리고 김 씨는 이 같은 이야기를 민준 씨의 아버지, 그리고 주민들에게도 똑같이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는 수사 과정에서 김 씨와 안 씨가 허위로 꾸며낸 일로 밝혀져 충격을 안겼다.

학창 시절 소위 일진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민준 씨. 당시 강약약강이었던 김 씨는 민준 씨의 약한 부분을 파고들어 그와 가까워졌고 그 후 민준 씨를 착취했다. 그리고 2019년부터 민준 씨가 김 씨에게 돈을 상납한 사실도 포착되어 눈길을 끌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의 출신 고등학교에서는 이들의 관계를 몰랐던 것일까? 이에 해당 학교 교장은 민준 씨가 재학 중 학교 폭력은 없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떠났다. 또한 민준 씨와 김 씨의 3학년 담임도 학교 폭력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취재 중 당시 민준 씨를 괴롭혔다고 밝힌 동창은 선생님도 괴롭힘에 대해 알고 있었고 그와 관련해 체벌을 받고 이후 민준 씨에게 분풀이를 하기도 했다고 학교 측의 주장과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민준 씨의 중학교 동창은 중학교 시절부터 민준 씨가 괴롭힘을 당했다며, 당시 그를 괴롭혔던 아이들이 민준 씨의 노출 영상을 촬영해 인터넷 방송에 송출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꾸준한 상담과 치료받은 민준 씨. 그의 지난해 심리 검사 결과는 자기주장이 부족하고 자존감이 낮고 위축돼 있는 상태였다. 전문가는 그의 상태에 대해 "만성적인 폭력에서의 대부분 피해자의 특성이다. 학습된 무기력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벗어나려고 노력했으나 번번이 실패했을 가능성이 있다. 도망치거나 도움을 요청해봤자 소용없다는 부정적 결론을 내리면서 더 이상의 시도도 안 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안타까워했다.

가해 상대가 달라져도 꾸준히 친구들에게 끔찍한 괴롭힘을 당한 민준 씨. 이에 전문가는 이 점을 잘 아는 김 씨와 안 씨가 민준의 약한 부분을 교묘하게 이용해 친구가 됐을 것이라 예상했다. 또한 전문가는 가해자들이 민준 씨를 어떻게 대하는지가 이들이 함께 찍은 사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는 "정말 무시하고 함부로 해도 괜찮은 존재, 동등한 입장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사진 속에 나온다"라고 했다.

그리고 취재 중 제작진은 민준 씨의 명의로 추가 개통된 휴대전화 4대나 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리고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100여 건의 소액 결제 내역이 발견되어 눈길을 끌었다. 이 중 대부분의 결제 내역이 민준 씨를 위함이 아닌 김 씨와 안 씨를 위한 소비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올해 4월부터 소액 결제 내역에 변화가 있는 것이 포착됐다. 이전에는 필요할 때마다 음식이나 물품을 구매하는데 소액결제를 했으나 올해부터는 매달 1일 100만 원 상당을 상품권 구매에 사용했던 것.

이에 변호사는 "목적이 하나다. 돈, 현금화"라며 가해자들이 돈을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올해 4월부터 등장한 민준 씨의 통화기록 중 낯선 번호들. 이는 바로 대부업체 연락처였다. 민준 씨 명의로 여러 차례 대출을 문의했고 실제로 대출이 이뤄진 것도 있었다. 그리고 이 시기는 민준 씨가 여러 대의 핸드폰을 개통한 시기와 일치했다.

변호사는 "일명 '휴대전화 깡'이다"라며 "휴대전화를 개통하고 그것을 담보로 돈을 받는데 명의가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 씨와 안 씨에게 민준 씨는 어떤 존재였을까?

제작진은 안 씨의 변호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안 씨의 변호인 측은 민준 씨를 서울로 오게 한 이유가 오로지 돈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민준 씨에 대한 고문에 가까운 학대와 관련해서는 "부모님에게 받은 생활비를 쓰고도 부족해서 자기가 아르바이트를 해야 되는 과정에서 피해자에게 화를 내게 되고 폭력적이 된 요소도 있고 여러 폭행의 과정이 길어지면서 가혹한 행동을 하면서 죄책감이 무뎌진 것 요소도 있어 보인다"라고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를 전했다.

또한 제작진은 취재 중 지난해 민준 씨의 아버지가 피의자를 상대로 상해죄 고소를 한 것도 피의자들의 협박에 의해 민준 씨가 고소를 취하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는 이들의 관계에 대해 "금전적으로 피해자의 존재는 유동하다는 판단은 했을 거다. 그런데 유용함과 동시에 괴롭힘의 재미를 함께 느낀 것이다. 피해자의 존재는 일종의 화풀이 대상, 스트레스 해소 대상이었던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겉으로는 친구 관계로 보이지만 냉혹한 먹이사슬의 과정에서 지배, 피지배 관계가 형성이 돼 있었다고 보인다. 그리고 밥과 물을 종이컵에 담아 놓았다는 것은 그 기간 동안 인간으로 대우한 것이 아니라 사육하며 학대했다고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보복 범죄로 기소된 피의자들은 보복의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한다. 안 씨 측 변호사는 "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한 상황이다. 하지만 상해죄를 고소한 것에 대해 보복하기 위해 살인까지 저질렀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리고 사망의 결과가 일어났을 때 바로 119에 신고를 한다든지 여러 사정들을 볼 때 살인할 의도를 갖고 이런 일들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봐야 할 것 같다"라고 입장을 전했다.

경찰 수사 결과 김 씨와 안 씨는 민준 씨 명의로 4대의 휴대전화를 개통해 현금화, 대부업체를 통해 대출을 시켜 600만 원을 갈취, 민준 씨에게 강압적으로 고소 취하 계약서라는 문서를 작성하게 하고 경찰에 고소를 취하한다는 문자까지 보내게 했다. 그런 그들은 현재 민준 씨를 폭행 감금한 것은 사실이나 고소에 대한 보복 의도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말 보복의 의도는 없었을까?

마지막으로 방송은 여러 차례 민준 씨를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를 살리지 못한 것에 안타까워하며 친구라는 이름으로 민준 씨를 죽음에 이르게 한 친구들은 그에 합당한 죗값을 반드시 치러야 할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SBS연예뉴스 김효정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