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단지 안으로 택배 차량이 들어올 수 없게 한 서울의 한 아파트에 오늘(14일)부터 택배 노조가 개별 배송을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아파트 입구에 택배를 둘 테니까 주민들이 직접 와서 찾아가라는 겁니다. 사실 이게 요즘 다른 아파트에서도 있는 일인데 타협책을 찾은 곳도 있습니다.

하정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수백여 개의 택배가 아파트 단지 입구에 수북이 쌓였습니다.

입주민들이 택배 차량의 진입을 막자 택배 노조가 물건을 단지 입구까지만 배송했기 때문입니다.

입주민들의 항의가 곳곳에서 터졌습니다. 

[아파트 주민 : 갑자기 문 앞 배송을 금지한다는 게 말이 돼요?]

현재 동별로 택배를 분류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주민들은 직접 이곳에 와서 택배를 찾아가야 합니다.

입주민들이 택배 차량의 지하주차장 출입만 허용한 건 지난 1일부터입니다.

단지 내 지상에 따로 차도가 없는 데다 아이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단 이유에서입니다.

하지만 지하주차장 출입구 높이가 낮아 기존 택배 차량은 진입이 불가능해 출입하려면 차량을 개조해야 할 판입니다.

택배 노조는 입주민들의 이런 조치가 전형적인 갑질이라고 항의했습니다.  

[김태완/전국택배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 : 이해당사자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있기에 온전히 저희 택배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 현실을 우리 택배 노동조합은 개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더 이상 갑질에 시달리지 않고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도록….]


입주민들도 노조 측이 갑질 프레임을 내세워 자신들을 매도하고 있다며 반발했습니다. 

[장명섭/아파트 주민 : 저분들이 갑질하는 거예요. 무슨 입주민들이 갑질합니까 고객이? 저분들이 우리를 길들이려는 거예요.]

이 단지에선 감정의 골이 깊어지고 있지만 나름의 타협점을 찾아가는 곳도 있습니다.

아파트 적립금으로 택배기사의 지하주차장 진입을 위한 전동카트를 구매한 사례입니다. 

[홍승철/아파트 관리사무소 계장 : 입주민들과 택배사들, 관리사무소가 같이 합의 하에 방법을 마련했고요.]

등하교 시간을 피해 차량 진입을 허용하거나 속도를 제한하는 등의 방안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영상취재 : 하륭, 영상편집 : 이소영)